개화기 번역문학의 효시 ‘천로역정’ 문화재 등록 예고

  • 입력 2017.04.25 08:44
  • 기자명 강원숙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이 20일 천로역정(합질) 초판본 2종을 비롯해 조선요리제법 초판본, 옛 조선식산은행 충주지점, 천주교 진산 성지성당, 서울 옛 서산부인과 병원 등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영국의 청교도 작가 존 버니언(1628~1688)의 소설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은 크리스천이라는 남자가 멸망의 도시를 떠나 시온성을 향해 가는 과정을 꿈의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인생 여정에서 구원과 성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 세계에서 명작으로 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개화기인 1895년 장로교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과 부인 깁슨이 ‘텬로력뎡’이라는 제목으로 공동 번역해 소개했다.

천로역정은 전혀적인 목판본 소설의 형태로 출판된 점, 풍속화가로 명망 높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한국식 삽화를 마흔 두 장 그려 넣은 점으로도 주목받는다. 특히 한문이나 국한문 혼용이 아닌 순 한글의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된 부분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후일 길선주 목사(평양 장대현교회)와 이성봉 목사는 이 책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고 천로역정 부흥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천로역정은 개화기 번역문학의 효시(1895년)로서 국문학사적으로 당시의 한글문체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책자”라며 “현대식 인쇄출판을 통한 기독교문화와 복음 전파 그리고 외래종교를 주체적으로 수용한 당시 유명한 풍속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삽도는 토착적인 전통이 반영된 한국 개신교 미술의 효시로 평가된다”며 천로역정의 국어학·개신교·미술사적인 측면의 가치가 크다는 점을 문화재 등록의 근거로 삼았다.

또 문화재청은 “목판본과 신활자본 등 두 종의 판으로 동시에 발행한 사례는 우리나라 인쇄출판사상 희귀한 경우”라며 “초판본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 중 초판본 2종(목판본과 신활자본)을 완본으로 소장하고 있고 보존상태가 양호한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 소장의 2종 5책을 「천로역정(합질)」이라는 명칭으로 등록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