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보다 ‘기독교 가치 드러난 공약’ 선택

  • 입력 2017.04.25 13:55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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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jpg
▲ (사)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2017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변상욱 대기자(CBS)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지용근 대표((주)지앤컴리서치)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손달익 목사가 발언했으며, 김선욱 교수(숭실대)와 강석근 국장(기독신문)이 논찬에 나섰다.
 

교회의 정치참여, '특정후보 지지'는 불법이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 입각한 의견표명 해야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기독교적 덕목은 '정직함', 최우선 과제는 '부패청산' '국민통합'

'대선 투표 결정시 목회자 영향 받지 않는다' 77.9%, 시급한 기독교 과제는 '종교인과세'

우리나라는 온 국민을 혼란케 했던 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이 지나고 조금은 이른 대선정국을 맞았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주자들은 저마다 소신을 담은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유세와 TV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난무한 가운데 유권자들은 나라를 살리기 위한 소중한 한 표를 과연 어느 후보에게 행사할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독교인들 또한 고민 속에 대선 정국을 바라보고 있다. 곳곳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각 후보를 검증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도 공약도 제쳐두고 ‘기독교인이라서’ ‘장로라서’ 뽑아줬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기대한 만큼 기독교적인 가치를 실현해주지 못해서였을까.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만 19세 이상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신앙을 가졌느냐’하는 것 보다,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드러냈느냐’하는 부분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앤컴리서치가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19세 이상 기독교인 1028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및 스마트폰 모바일앱을 통해 조사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3.1%p의 표본오차를 보였다. 응답률은 전체 1.7%(무선전화면접 29.8%, 스마트폰 모바일앱 1.1%)이다.

먼저 ‘기독교인은 기독교신앙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동의한 사람은 34.6%,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63.3%로 기독교인 3명 중 2명 가까이가 기독교인이 기독교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20~30대 젊은 층, 신앙깊이가 보통 이하 층, 진보적 성향일수록 높은 경향을 띤 반면 60대 이상 고연령층과 중직자, 보수성향의 응답자에게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대신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7%는 ‘기독교인이 아니나 기독교 가치가 공약에 드러나는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한국교회가 기독교 가치에 맞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31.7%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65.6%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재 선거법령에는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하여 기업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손달익 목사는 “교회의 정치참여,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지속돼온 사회적 관심사다. 그러나 한국교회 130년 역사 속에서 근현대 사회정치에 교회와 교인들이 참여하고 영향을 끼쳐온 것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물론 교회가 정치에 중립적 입장을 가져야한다는 것은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보편적 가치, 생명, 정의, 평화 등의 가치에 입각해서 의견을 표명하고 살아가야 할 교회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회가 집단적으로 민심을 역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한국사회 안에서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위치, 최대 신자를 가진 종교로서의 책임감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실 세계를 향한 책임감을 정치참여로 나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투표 결정시 설교 등 목회자가 끼치는 영향의 정도’를 묻는 질문도 눈에 띄었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77.9%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답했고, 나머지 20.3% 정도만이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보수적 성향일수록, 교회규모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후보가 지녀야 할 기독교적 성품으로는 ‘정직함’(44.8%)이 가장 많이 꼽았으며,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국가적 과제는 ‘부패 청산/사회 개혁’(40.0%), ‘국민통합/화합’(22.9%)이었다.

손달익 목사는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해결되지 못한 숙제를 새 정권이 해결해주길 바라는 민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대 간 극렬한 의견차와 극도의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사회에 교회가 어떻게 해법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가 요구하는 바가 크다”며 “차기정권에서 한국교회는 예언자적 사명과 감시기능을 바르게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차기 대통령이 다뤄야 할 한국교회의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종교인 납세'’26.2%) 문제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국정 교과서 내 기독교 내용의 올바른 서술’(19.6%), ‘동성애’(16.4%), ‘이단’(15.7%), ‘이슬람’(12.4%)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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