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의 이해 (35)

  • 입력 2017.11.16 10:30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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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춘 교수
[프로필]
◈ 정주건축연구소
 

- 교회건축의 시대성, 지역성, 장소성, 역사성, 토착화

교회건축을 포함한 모든 건축은 당시의 개인 또는 집단의 목적과 활동을 위해 그리고 당시의 건축 재료와 건축 기술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건축은 당시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기술의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건축- 중세고딕양식이든, 한국전통양식이든-을 현대에 그대로 재현하려고 시도하는 교회건축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편, 기독교 공동체인 교회가 지역사회 공동체와 관계맺음에 있어, 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교회건축은 그것이 자리하는 지역의 문화적 또는 생태적, 시각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건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교회건축은 그 지역의 자연과 기후, 풍토를 반영하고, 그 지역에서 산출되는 특별한 건축 재료가 있거나, 교회당 부지가 특별한 자연적 요소인 물이나, 나무, 바위 등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지역성을 살리는데 있어 훌륭한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교회의 대지가 특별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거나 그 안에 가치 있는 유산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지역사회 나아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존중하고 보존하는 것은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교회건축이 지역성, 장소성 또는 역사성을 표현하는 것은 교회건축문화의 토착화에도 관계된다. 사실, 기독교문화의 토착화 논의와 함께 교회건축의 토착화문제도 교회와 건축계에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그 동안 기독교의 전래이래, 한국 교회건축에서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한국전통 건축의 형태적 적용을 시도한 예들이 있었고, 최근 서울의 모 교회 건축에서는 조선시대성곽건축의 형태를 직설적으로 차용한 예까지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과거 우리의 건축형태 중 전부 또는, 일부를 현대건축에 차용해 오는 것은 민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토착화 또는, 전통문화의 계승은 아니다.

왜냐하면, 건축은 그 시대의 산물이며,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건축의 재료와 기술은 물론, 한국인의 삶의 모습이 전혀 달라져 있는 현대사회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민족의 의식 속에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삶의 가치 즉, 우주관, 자연관 그리고, 한민족의 감성의 표현과, 한국의 대지가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특질 즉, 풍토성의 반영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거와 접목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건축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길이며, 건축의 토착화의 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건축은, 기능이나 경제성의 문제가 건축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업무용 빌딩이나, 상업용 건물과는 달리, 형태나 공간의 상징성과 이미지 그리고, 정신적, 심리적 문제, 나아가서는 영적 문제까지 다루어야하는 건물로서, 토착화의 문제를 건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많다.

그러나 건축의 토착화가 결코, 과거의 건축형태를 모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이름으로 전통건축의 요소들을 현대건축에 모방 적용하여 실패한 예들이 우리나라 도처에 많이 있다. 경복궁 안에 건축한 민속박물관(구, 국립박물관)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불국사를 포함한 전국의 관광단지에 건립된 숙박시설이나 판매시설들도, 기와지붕이나 처마, 서까래, 기둥들을 흉내 내어 지었으나, 그 재료나 비례, 색채, 구성이 전통건축의 그것들과 전혀 달라, 오히려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고 있음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건축의 토착화는 그 민족의 건축문화적 전통과 정서를 현대적 상황에 적합하도록 재해석하여, 현대의 건축으로 완성시켜야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건축은 그 민족, 그 지역의 문화에 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교회건축의 토착화는 우리민족의 기독교 교회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불러일으켜, 열린 교회로서의 지역사회선교와 교회공동체의 결속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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