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쉼표’

  • 입력 2017.12.07 11:02
  • 기자명 컵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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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이 곳 기도원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기도원을 찾은지 어느덧 7년이 넘어간다. 해마다 이 맘 때면 기억나는 일이 있다. 사랑의교회 부목사 시절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사역 하던 어느 날이었다. 힘들게 세상을 떠나시는 한 성도의 임종을 지켜드리며 기도를 하고 장례절차를 논의하고는 다음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그 모임에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팠다. 식은땀이 흘렀지만 견뎌내고 돌아오던 길에 결국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치료를 받고 누워있으니 온통머리 속엔 다음 날 새벽에 인도해야 할 장례 예배 생각뿐이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이제 괜찮아졌으니 가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담당 의사는 웃으며 “아마 다시 돌아오시게 될걸요” 하면서 못 말리는 나를 퇴원하게 해 주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장례 예배 인도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때 다시 몰려오는 통증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장례를 다른 교역자에게 부탁하고 다시 응급실로 차를 몰았다. 나를 본 의사가 좀 심각하게 말했다. “제 말이 맞지요? 지금 황달이 왔습니다. 위험합니다. 급성담낭염이라 빨리 수술해야 합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교회 개척을 했다.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지. 무리하게 쉼 없이 달린 탓인지 온 몸에 열이 많이 나병원을 찾았더니 이번에는 ‘간 농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간에 염증이 생겼다고 간에 생긴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지만 온통교회일로 마음이 급한 터라 서둘러 퇴원했다.

의사는 고개를 갸우뚱하였지만 내 의견과 부탁을 받아들였고, 난 퇴원하는 대로 바로 다음날 하루 종일 주일예배를 인도하며 설교를 했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저녁 무렵 다시 찾아온 통증. 별수 없이 다시 병원행. 간농양이 재발했다며 의사는 “이렇게 재발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퇴원하자마자 어떤 무리한 일을 하셨습니까?”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다시 입원을 하여 두 달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목사가 두 달 동안 섬기는 교회를 가지 못 하는 상황이라니. 그러나 교회 개척 전후로 쉼을 가져보지 못한 시간들을 하나님이 보시고 아예 꼼짝할 수 없는 병으로 병원에 가두고 ‘삶의 쉼표’를 배우게 하셨다.

그렇게 기도원을 찾게 되었다. 아무리 바빠도 쉼표를 찍듯 일주일에 하루는 하나님과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는데 벌써 일곱 번의 계절이 바뀌고 있다. 내 목회의 ‘쉼표’, 기도원에서의 하루, 조용히 말씀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이다. 끊임없이 자라는 마음의 욕심을 들여다보며 또 가지치기 하는 시간, 때로 힘에 겨운 성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는 시간, 주님이 가르쳐주신 ‘삶의 쉼표’가 얼마나 유익한지, 다시 한 번 감사로 충만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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