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건축으로 빚더미에 앉은 교회, 결국 이단에 매각

  • 입력 2018.01.17 09:46
  • 기자명 강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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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 매각 사실 알면서도 승인해준 유지재단에 비난 봇물

부실한 재정 기반으로 교회건축, 반복되는 논란에 대책마련 시급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전명구, 이하 감리회) 소속 하늘나루교회가 무리한 교회건축으로 빚더미에 앉게 돼 지난해 3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에 예배당을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늘나루교회는 교회 보유금액 30억, 은행부채 30억, 헌금 5억 등 총 65억을 들여 2008년 4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교회를 준공했으나 건축 과정에서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약 25명만이 입당하게 됐다.

교회가 위치한 곳은 도로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설계가 잘못돼 본당은 400~500석 규모이면서 주차장은 10여대 밖에 주차할 수 없는 구조 등의 이유로 교회부흥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교회 측 입장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은행부채 32억에 대한 이자와 관리비용으로만 18억이 지급되고, 대출 만기 후 은행이 재연장을 해주지 않아 경매로 내몰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하늘나루교회에 손을 내민 곳이 바로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명시한 ‘하나님의교회’였다. 하나님의교회가 제시한 매수액은 55억이었다.

감리회 소속 교회의 모든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유지재단에 편입된다. 하늘나루교회도 소유권 이전을 위해 유지재단의 동의를 받아야 했으나 이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결국 교회는 유지재단의 결의가 있기 한 달 전인 3월10일 매매를 강행했다.

교회 측은 “하나님의교회 이외의 매수자는 없었지만, 본부 사무국이나 감독회장, 연회 감독들도 ‘사정은 알겠지만 이단에게 매각할 수는 없다’고 거절하면서 막막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회가 경매로 넘어가게 될 시 은행부채 및 전세보증금을 빼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 공중분해될 것이었고, 하나님의교회에서 55억을 받으면 모든 부채를 다 갚고 교회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늘나루교회는 하나님의교회로부터 55억을 받아 36억의 빚을 청산하고 고양시 향동지구에 교회부지 및 건물을 26억에 매입하여 새 출발했다. 현재 50~60여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하늘나루교회 사건이 한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수면위로 떠오르자 교회 매각 당시 한 장로교회가 40억 원을 제시하며 매수의향을 비쳤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하늘나루교회는 물론이고, 결국 매각을 승인한 감리회 유지재단 이사회도 비난을 면치 못했으며 감리회 본부는 감리회 성도들의 사실 확인과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교회를 매수하는 측이 이단종파였음을 알고도 매각을 승인하고, 아무리 15억 가량 부족한 금액을 제시했다하더라도 장로교회에 교회를 매각했어야 한다는 것.

당초 유지재단 이사들 사이에서도 이 사실이 알려지면 차후 선교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매각이 불승인될 시 어차피 경매에 넘겨지면 이단이 헐값에 낙찰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려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감리회목회자모임인 새물결은 1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독회장 및 유지재단 이사들의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물결은 “매수자가 이단 종파인 것을 알고도 개체교회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여 만장일치 결의함으로 감리회 최고지도자들의 수준을 의심케 만들었다. 지난 일을 숨기기에 급급하거나 변명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고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단 종파에 교회를 매각한 일이 처음이 아니었음을 지적하면서 “부실한 재정 기반에서 시작된 개체교회의 건축과 감리사의 구역회 주관 및 유지재단의 심사·결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절차적 하자에 대하여 대안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며 2월에 있을 총회실행부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하늘나루교회는 “여러 가지로 은혜롭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많은 심려를 끼쳐 드렸지만 용서해주시면 반드시 부흥하여 작은 등불이 되어 감리교회를 잘 섬기는 교회가 되겠다”며 “교회가 안정이 되면 상암동에 있는 교회를 어떤 방법이든 재구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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